커리어 관리의 목표는 오랫동안 하나였습니다. 내 노동을 더 비싸게 파는 것. 지식을 쌓아 기술이 되고, 기술이 직급이 되고, 직급이 연봉이 되는 경로입니다. 이 전략은 잘 작동해 왔습니다.
다만 이 전략에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노동을 팔 수 있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다는 것입니다.
52.9세와 73.4세 사이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에 따르면, 중·고령층이 생애에서 가장 오래 다닌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52.9세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이 일하고 싶다고 답한 연령은 평균 73.4세였고,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비중은 69.4%에 달했습니다. 이유를 물었을 때 54.4%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라고 답했습니다. "일하는 즐거움"은 36.1%였습니다 (출처: 국민연금연구원, 2026년 7월 발표).
이 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보입니다.
- 주된 일자리는 52.9세에 끝납니다. 법정 정년 60세보다 7년 이릅니다.
- 그런데 73.4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의 간극이 있습니다.
- 퇴직과 공적연금 수령 사이에는 10년 안팎의 소득 공백이 생깁니다.
즉 연봉을 올리는 전략에는 만료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만료일은 대부분이 예상하는 것보다 이릅니다.
노동소득은 몸에 붙어 있습니다
인적자본의 특징은 소유자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내가 일을 멈추면 수입도 멈춥니다. 아무리 비싼 전문성이라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값이 매겨집니다.
그래서 연봉을 올리는 전략은 단가는 높이지만 구조는 그대로 둡니다. 시간당 값이 올라갈 뿐, 시간을 팔아야 한다는 조건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팔 수 있는 창구가 52.9세 전후에 닫힙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커리어의 목적을 "인적자본을 더 비싸게 파는 것"에서 "인적자본을 다른 형태의 자본으로 바꾸는 것"으로 확장할 수는 없을까요.
전환의 경로
실제로 관찰되는 경로가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순서를 밟습니다.
직원 → 그 분야의 전문가 → 자문·강연 → 컨설팅 → 운영 파트너 → 창업자·투자자·소유자
중요한 것은 이것이 직장을 그만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 단계는 앞 단계의 결과물 위에서만 성립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자문 요청이 오지 않고, 자문 경험이 없으면 컨설팅 계약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순서를 건너뛰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또 하나, 이 경로를 여는 것은 지식이 아닙니다. 지식만으로는 다음 칸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앞선 글에서 다룬 접근권과 평판입니다.
- 누가 나를 떠올리는가 — 그 분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름이 거론되는지
- 무엇을 실제로 해봤는가 — 설명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해 본 것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가 — 기회는 공고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옵니다
이 셋은 재직 중에 쌓이는 자산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축적할 수 있고, 오히려 회사에 있을 때 더 빠르게 쌓입니다. 실무를 하고 있어야 문제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할 위험
이 이야기는 쉽게 낭만적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세 가지를 분명히 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대부분은 끝까지 가지 못합니다. 자문이나 컨설팅까지 가는 사람도 소수이고, 소유 단계에 이르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이 경로를 "누구나 밟아야 하는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1단계 앞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52.9세 이후의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완주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
재직 중 외부 활동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다수의 근로계약에는 겸업이나 외부 활동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자문이나 강연이 유상으로 이뤄지는 순간 성격이 달라집니다.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와 취업규칙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을 건너뛰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나 재테크 조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유는 금융상품을 사라는 뜻이 아니라, 내 노동과 분리되어도 작동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산 운용에 관한 판단은 별개의 영역이고, 그 부분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셔야 합니다.
정리: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
52.9세라는 숫자가 주는 함의는 "빨리 독립하라"가 아닙니다. 노동소득 하나에만 의존하는 설계는 생각보다 짧은 기간만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더라도, 다음 두 가지는 지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내 전문성이 회사 밖에서도 이름이 붙는 형태인가. "○○사에서 무슨 일을 했다"로만 설명된다면, 그 전문성은 아직 회사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회사 이름을 빼고도 성립하는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 내가 만난 문제 중 회사 밖에서도 유효한 것이 있는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조직이 다른 곳에도 있다면, 그 경험은 이미 회사 밖에서 값을 가집니다.
커리어를 노동을 파는 기간으로만 보면 52.9세에 끝나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른 형태의 자본을 쌓는 기간으로 보면, 그 시점은 끝이 아니라 축적한 것을 쓰기 시작하는 지점이 됩니다. 어느 쪽으로 볼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 자료
- 국민연금연구원,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2026년 7월 18일 발표) —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 52.9세, 근로 희망 연령 73.4세, 장래 근로 희망 비중 69.4%
본 글은 공개된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관점이며, 투자·재무·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겸업 및 외부 활동은 개별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제한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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